이 모든 것을 뒤돌아보지 말고/수불스님

해는 서쪽 들판 너머로 장엄한 최후를 맞아 붉은 빛을 한껏 토해내고
그 빛을 다하고 찾아온 어둠이 세상을 지배할 때,
한 줄기 꺼지지 않는 빛이 어둠 속에서도 의연하게 한다.
멀고 먼 여행의 시작이 고행길이 됐지만
다시 밝은 빛을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
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.
수없는 난관과 알 수 없는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
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어둠과 동행하면서
갖가지 체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.
이 모든 것을 뒤돌아보지 말고
오직 외나무다리를 건넌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모든 경계들을 극복해야지만
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으니
앞만 보고 달려갈 뿐,
어떤 경계 현상에도 사로잡히거나 알려고 하지 말라.
혹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을 느낀다거나 집착하여
일생의 큰일을 그르쳐서는 안 될 것이니
처음부터 끝날 때까지
오로지 스스로가 무지막지한 사람이 되어 밀어붙일지언정,
그 무엇 하고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.
때가 되면 장엄한 빛이 스스로 찾아와 온 누리를 밝히게 될 것이니
믿음을 가져 끝까지 행해야 할 것이다.
-나무마하반야바라밀-

 

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의 법문입니다.

 

의연하다(毅然-) :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.
난관(難關) : 1>일을 하여 나가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고비. 2>지나기가 어려운 곳.
경계(境界) : 불교에서, 과보에 의하여 각자에게 주어진 지위나 처지를 이르는 말.


범어사 금정불교대학